인스타그램 세대를 공부하다

                                                                                      문혜정 한국경제신문 중소기업부 차장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약 3년 전 회사를 나와 뷰티(미용) 분야에서 창업을 한 A씨를 만났다. 그녀는 젊은 여성 사업가들끼리 모인 저녁 자리에서 모두들 사업의 성패가 ‘인스타그램’에 달렸다고 입을 모았다고 소개했다.  ‘인스타그램에 찍어 올리고 싶어 미칠만해? 그러면 무조건 성공한다’는 말에 자신도 고개를 끄덕였다고 했다.

인스타그램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이를 팔로워(follower)나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다. 2010년 처음 등장했는데, 온라인 통계 전문 회사인 스태티스타(Statista)의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인스타그램의 전 세계 월간 활동사용자(MAU: Monthly Active Users)는 7억명에 육박한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제치고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다.

뜬금없이 인스타그램을 언급하는 건 ‘인스타그램 세대’로 대변되는 젊은층(10~30대)을 더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마흔을 갓 넘긴 필자는 아직 스스로 ‘영(young)’하다고 자신하지만 인스타그램 세대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은 더 젊고 패션과 음식, 문화, 유행 등에 민감한 집단이라고 본다. 해외에서도 인스타그램의 주 소비층은 10~20대가 절반을 차지한다.

‘좋아요’를 누르는 이들 인스타 피플은 외식· 뷰티· 가구 산업의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유명 맛집과 쉐프를 찾아다니며 음식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건 유행한 지 수 년째다. 줄 서서 먹는 빙수와 햄버거는 이제 새롭지 않다. 호텔과 식당에선 인스타그램용 메뉴가 따로 개발된다. 인스타 피플들이 선호하는 각도로 사진이나 동영상(15초 이내)을 찍어 올리기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공간’과 ‘제품’이 진화하는 셈이다. 

맛집 순례에 이어 요즘 인스타그램에선 잘 꾸며진 자신의 집(방)에서 예쁜 쟁반과 그릇에 웰빙 음식을 담아(플레이팅) 사진으로 올리는 게 유행이다. 비싸지 않고 아기자기한 가정용 가구와 생활· 주방 소품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와도 맞닿아 잇다. 큰 돈 들이지 않고도 공간을 꾸밀 수 있는 각종 제품을 가리키는 ‘홈 퍼니싱’ 은 유통업계의 화두다. 현대백화점이 정체된 기존 사업을 보완하기 위해 미국의 ‘윌리엄 소너마’사의 각종 인테리어 소품과 주방가구 브랜드들을 공격적으로 국내에 들여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화장품 업계에서도 이들 젊은 세대의 소비 패턴은 과거와 뚜렷이 차별화된다. ‘아리따움’, ‘미샤’ 등 ‘원 브랜드 숍’(one brand shop)의 시대가 급격히 저물고 있다. 스킨· 로션 등 기초 제품부터 색조 화장품까지 자신이 선호하는 특정 브랜드숍에서 세트 단위로 구매하던 행태는 사라지고, 대신 품목별로 서로 다른 제품을 섞어 사용한다. 당연히 ‘원 브랜드 숍’보다 여러 상품을 다양하게 구비한 ‘멀티숍’이나 ‘드럭스토어’(Drug Store)들이 시장을 주도한다. 품질의 차이가 크지 않다면 ‘재미’와 ‘다양성’ 그리고 ‘문화’가 관건이다. 원브랜드숍들이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반면, CJ의 ‘올리브영’은 지난해 매출 1조원대에 진입했다. ‘왓슨’(Watson),  ‘부츠’(Boots) 등도 주목받고 있다.

가구업계는 어떨까. 한 마디로 ‘일점호화(一點豪華)’로 소비자 트렌드를 대변한다. 전체 소비는 줄이거나 저렴한 물건을 선호하지만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위 꽂힌 한 두 가지 아이템은 고품질· 고가 제품을 선택하는 현상이다. 신혼부부들의 가구 구입은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 옷장은 빌트인 벽장으로 대체하고 화장대는 생략한다. 책상이나 탁자 등은 저렴한 이케아에서 직접 사 조립한다. 요즘 가구업체들이 ‘침대’에 매달리며 고급화 전략을 펴는 이유는 젊은 세대들이 그나마 쉽게 지갑을 여는 가구가 ‘침대’여서다.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잠은 좋은 침대에서 편히 자고 싶다는 인식이 있어 침대를 사는 데에는 투자를 하는 편”이라고 귀뜸했다. 자신이 사치를 부리고 싶어하는 단 하나의 아이템은 ‘소파’나 ‘가전제품’ ‘자동차’가 될 수도 있다. 궁핍하지만 화려한 ‘궁셔리’의 삶이다.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며 소비하는 젊은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세대, 보여주고 공유하고 즐기는 인스타그램 세대를 이해하는 건 이제 사업을 하는 사람들과 기업에겐 생존이 걸린 일일 수 밖에 없다. 나도 인스타그램 세대를 공부해야겠다.